전북 익산에서 레트로한 분위기의 사진도 남기고 근대역사도 둘러보는 익산근대역사관 방문기 입니다.

익산시 중앙동 익산문화 예술의 거리에는 외관이 독특한 서양식 건물 한 채가 있습니다.
지금은 익산 근대역사관으로 이용하고 있지만
1935년 의사이자 독립운동가였던 김병수(1898~1951) 선생이 개인 의원으로 지은 병원 건물입니다.
김병수 선생은 세브란스 의전에 재학 중이던 1919년 2월 26일 군산에 도착해
영명 학원 교사였던 박연세 등에게 100여 매의 독립선언문을 전달하고
다시 서울로 돌아가 3월 5일 남대문 정거장 앞에서 수백 명의 학생들을 이끌고
만세운동을 주도한 혐의로 체포돼 1년 3개월 옥살이를 하신 분입니다.


세브란스 의전을 졸업한 뒤 이리에 자신의 호를 딴 삼산 의원을 개원했는데요,
그때가 1922년입니다. 처음에는 일반 주택에서 진료를 보다 돈을 모아 1935년 현재 건물을 지었습니다.
해방 후 건국 과정에서 민족주의 계열로 활발하게 활동하며 1947년 초대 이리 부윤에 취임하기도 했는데요,
전쟁이 일어나자 부산으로 피난가 동래 제5육군 병원에서 군의관으로 활약했고
유엔군의 진격으로 고향으로 돌아와 1951년 운명했으며
1983년 대통령 표창에 이어 1990년 건국훈장 애족장이 추서되었습니다.

구 삼산 의원은 중앙동 3가 114-2번지에서 개원했지만 현재 중앙동 2가 40-3번지로 이전해 문화 예술의 거리에 있습니다.
1945년부터 2005년 국가등록문화재가 되기 전까지 한국 무진회사, 한국 흥업은행, 국민은행으로 사용되었는데요,
1994년 개인이 매입해 식당으로 사용하다 마지막 소유자인 정봉교 씨가 익산시에 기증해
2017년부터 이전 준비를 시작해 2019년 익산문화 예술의 거리로 옮겨 온 것입니다.
옮겨 복원하기까지 과정이 사진자료로 남아 있는데요, 벽체를 절단해 다시 조립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사진자료만 있지만, 혹시 영상 자료도 함께 있다면 전시실에서 보여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구 삼산 의원은 외관이 참 아름다운 건물입니다.
딱히 어떤 양식이라고 하기에 많은 곳에서 다양한 양식이 가미되었는데요,
건축 중앙을 코니스 장식으로 둘러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형태의 건물이었다고 합니다.

코니스 장식이란 건물이나 가구에 왕관을 씌우는 수평 장식 몰딩으로
구 삼산 의원의 경우 2층 끝부분 사방으로 두른 테두리와 가운데 장식 부분이라고 하겠습니다.
특히 유리창을 가로로 길쭉하게 달아 채광이 좋고 앞뒤 좌우에 모두 달아 환기에도 많은 신경을 쓴 건축물입니다.

뒷부분은 옮겨오는 과정에서 건물을 잘라내는 등 흔적을 고스란히 남겨두었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큰 건물을 잘라 옮겼을지 상상이 되지 않는데요,
관련 영상이 있다면 전시 콘텐츠로 활용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구 삼산 의원 내부는 익산 근대역사관으로 상설 전시관이 있습니다.
물론 외부에도 야외전시장이 있는데요, 내용은 대동소이합니다.
삼산 의원 시설 1층은 안내실과 입원실이 있었고 2층에 수술실과 진료실이 있었다는데요,
현재는 1층은 상설전시 콘텐츠가 있고 2층은 교육실 및 기획전시실, 수장고가 있습니다.

자랑스러운 명패입니다.
근대문화유산 기증에 대한 안내문이 건물에 들어서자마자 보입니다.
정봉교 씨가 이 건물을 소유하다 익산시에 기증한 것인데요,
부지는 현재 중앙동 주상복합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라고 하네요.
현재의 구 익옥수리조합과 비슷한 환경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하마터면 재개발로 사라질 위기에 있었던 건물을 익산시가 기증받아
막대한 예산을 들여 문화 예술의 거리로 옮긴 것이 전화위복이 된 사례라고 하겠습니다.

상설전시장은 '근대의 창, 이리 익산은 늘 새롭게 변한다'로 시작합니다.
1920년 이리 익산의 근대화 과정을 전시 콘텐츠를 통해 공부할 수 있는 소중한 전시장이네요.

군산항 개항과 철도가 놓이면서 익산 군청과 우편소가 금마에서 이리로 옮겨왔고 이후 이리는 급속도로 성장하게 되는데요,
오늘날 교통의 중심지가 된 것도 그때가 시발점이었습니다.

구 삼산 의원 시절 내부 벽체와 금고, 천정 마감 부제, 창문 등이 당시 모습 그대로 전시되었습니다.

민족종교인 원불교와 나바위성당, 두동교회 등 우리나라 종교 4대 성지가 다 있는 익산의 정신문화도 함께 공부할 수 있습니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입니다.
당시 그 모습 그대로 일 건데요, 건물에 비해 계단폭이 상당히 넓어 병원 건물이라는 특성을 잘 반영한 듯합니다.
연로한 환자들이 진료실이 있는 2층까지 올라야 하고 수술을 마친 환자가 다시 1층으로 내려와 입원실에 입원해야 하기 때문이죠.

2층은 교육실과 기획전시실, 수장고가 있는데, 기획전시물은 체험학습으로 만든 3D프린터로 만든 인산 등록문화재 들이네요.
익산이 전북도청 유치에서 1표차로 전주에 졌다는 내용도 있던데요,
당시 의회 투표에서 이겨 도청이 익산으로 왔다면 어떠했을까란 생각이 듭니다.
현재 익산은 전북 2대 도시로 교통의 중심지라는 이점을 앞세워 제2의 부흥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익산시 곳곳에 있는 근대문화유산을 관광자원으로 잘 활용하고
미식여행을 즐길 수 있는 대물림 맛집 등을 잘 육성한다면 노력의 결과는 분명 좋으리라 생각되네요.
'국내여행추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공주에서 살고싶어지는 공주의 계룡산 갑사 오리산길 탐방기 입니다. (1) | 2022.12.21 |
---|---|
문경에서 살고 싶어지는 영강체육공원 산책코스와 주변 모습을 담았어요 (0) | 2022.12.20 |
일이 안 풀리고 속상할 때 가볼만한 겨울이 아름다운 충주의 비내섬의 풍경과 방문기 입니다. (0) | 2022.12.19 |
이름도 근사한 광교호수공원 프라이부르크 산책로를 가보았어요~ (0) | 2022.12.19 |
가볍게 걷기도 좋은 한국적이어서 아름다운 경북 안동의 도산서원 방문 후기 (0) | 2022.12.16 |